스타트업에서 성장하는 엔지니어의 모습은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술을 익히고, 어떤 이는 팀워크를 통해 더 나은 협업 방식을 만들어 갑니다. 블럭스(Blux)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김태호(테오, Teo)님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배움은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이 말처럼 그는 단순히 기능을 개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즐기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블럭스에 합류한 이후 연동 문서 개선 프로젝트부터 조직 문화 정립까지 다양한 역할을 자처하며 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럭스에서의 시작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김태호 엔지니어는‘나를 잘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과도 잘 협업할 수 있을까?’라는 도전 의식을 가지고 블럭스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경험하며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김태호 엔지니어와 함께 스타트업 환경에서 배우는 즐거움, 협업의 가치, 그리고 엔지니어로서의 성장 철학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동료의 조건, 실패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블럭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까지. 지금 함께 들어볼까요?
고신용(이하 피터):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합니다. 블럭스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요.
김태호(이하 테오): 안녕하세요, 김태호입니다. 블럭스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oftware Engineer)로 일하면서 CRM 마케팅 솔루션 ‘블럭스 메시지(Blux Message)’를 개발하고 있어요. 주로 개발을 담당하지만, 블럭스 사내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요즘은 조직 문화를 다듬고 발전시키는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피터: 엔지니어인데도 문화 개편까지 참여하는 게 인상적이네요. 원래 관심이 많으셨나요?
테오: 네, 저는 엔지니어로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만큼 ‘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도 정말 호기심이 많습니다. 엔지니어의 본질은 무작정 기술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술과 전혀 관련 없는 문제여도 팀 내에서 제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잘 해결할 수 있다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으로 조직 문화 개편이 있어요. 이전보다 훨씬 구체성이 있는 문화를 정의하고 실천한다면, 블럭스가 진정 더 좋은 팀이 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철학적 사유를 즐겨 하기 때문에, 제가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피터: 영어 이름이 ‘테오(Teo)’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테오: 아, 이거요? 사실 단순해요. 원래 제 한국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비슷한 영어 이름을 찾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오(Teo)’가 딱 맞더라고요.
피터: 그냥 발음이 비슷해서 정한 거예요?
테오: 그것도 있는데, 사실 또 하나 이유가 있어요. 저는 원래 개발뿐만 아니라 예술, 철학, 문화 같은 분야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오 얀센(Theo Jansen)’이라는 분을 롤모델로 삼게 됐어요.
테오 얀센은 네덜란드 출신의 예술가이자 공학자인데,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는 공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작업을 하시는 분이에요. 바람을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조형물을 만드는 걸로 유명하죠.
피터: 공학과 예술을 같이 한다고요? 신기하네요.
테오: 맞아요. 수백 킬로의 조형물이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감탄을 멈출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테오 얀센에 푹 빠지게 된 것은 그의 작업물이 아니라, 그가 한 말이었어요.
‘예술과 공학의 장벽은 우리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The walls between art and engineering exist only in our minds).’라는 문장인데요. 이 문장을 보고 ‘한계를 규정짓는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덕분에 저는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고, 더 많은 것에 관심을 두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태도를 잊지 않으려고 ‘테오(Teo)’라는 이름을 쓰게 됐어요.
피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원래부터 꿈꾸던 직업이었어요?
테오: 전혀요. 사실 처음에는 코딩이 저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코딩을 접했는데,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대학교 2학년 1학기에 ‘컴퓨터 개론 및 실습’이라는 필수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피터: 그 수업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나요?
테오: 원래 개론 수업이라고 하면 기초적인 내용만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들은 수업은 좀 달랐어요. 인공지능의 수학적 원리부터 시작해서 그걸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까지 다뤘거든요.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은 ‘진도가 너무 빠르다’며 힘든 소리를 내곤 했지만, 저는 수업하는 3시간 내내, ‘이거 너무 재밌는데?’라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때 인공지능이라는 개념 자체에 매력을 느꼈고, 다시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기로 결심했어요.
피터: 단순히 코딩 자체가 아니라, 뭔가 더 끌리는 요소가 있었던 거네요?
테오: 맞아요.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단순한 코드 조각이 아니라, 실제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더 빠져들었죠. 그래서 2학년 2학기 때 학술 동아리에 들어가서 직접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했어요.
피터: 어떤 동아리였어요?
테오: ‘엑스리얼(XREAL)’이라는 XR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동아리였어요. 제가 1기였고요. 실제로 VR 기술을 활용해서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는 경험이었죠. 직접 개발해 보면서 ‘아, 내가 진짜로 이런 걸 만들고 싶구나’라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그때부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피터: 그럼 그 경험이 결국 엔지니어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겠네요?
테오: 네,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문화도 접하게 됐어요. 스타트업에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환경에서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잖아요. 엔지니어로서 내가 만든 제품이 곧 회사의 성장과 연결된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이 길이 내 길이 맞다’라고 확신하게 됐죠.
피터: 블럭스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점은 뭐였나요?
테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단순히 조건만 맞춘 곳에서 일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스스로 타협하지 않기로 한 기준이 딱 두 가지 있었죠. 어느 정도였냐면, 이 ‘두 가지를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라면 그냥 현역으로 입대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피터: 와, 그렇게까지요? 그럼 그 두 가지 기준이 뭐였어요?
테오: 첫 번째는 팀이에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팀이어야 했어요. 저는 항상 높은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지향점을 맞출 수 있는 팀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블럭스와 미팅하면서 ‘아, 이 팀이라면 내가 원하는 성장 환경을 가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피터: 성장할 수 있는 팀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껴졌나요?
테오: 처음에는 그냥 궁금했어요. 그래서 조엘과 첫 번째 커피챗을 할 때,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어요. 그때 조엘이 말한 블럭스의 문제 해결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조엘은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블럭스는 인공지능을 통해 그런 비효율을 완전히 없애는 팀이라고 했어요.
피터: 단순한 ‘AI 기업’이 아니라, 사람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팀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던 거네요.
테오: 맞아요. 그런데 저는 단순히 해결하는 문제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조엘과의 대화만으로 결정을 내리긴 어려워서 블럭스에서 CRM 마케팅 솔루션 PO(Product Owner)를 맡고 있는 제니와도 따로 커피챗을 했어요.
피터: 제니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테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냐?’라고 물어봤어요. 저는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서 리더십 철학이 저와 맞는지도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제니가 ‘설득과 조율이 가장 중요하다. 솔직히 이게 전부라고 생각한다’라고 얘기 하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딱 맞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피터: 결국 태호님이 중요하게 여겼던 두 가지 기준을 블럭스가 충족한 거네요?
테오: 네, 조엘과 제니와 이야기하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결정적인 순간은 따로 있었어요.
피터: 오, 뭔가요?
테오: 커피챗을 위해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였어요. 문을 여는 순간 안에서 블럭스 팀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순간 ‘아, 이 회사 분위기 좋다’라고 직감했어요. 아무리 일이 좋아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즐겁지 않으면 오래 다니기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그 작은 감정적인 포인트까지 합쳐져서 블럭스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터: 요즘 블럭스에서 테오가 중심적으로 맡고 있는 업무는 어떤 건가요?
테오: 최근에는 블럭스 CRM 마케팅 솔루션 ‘블럭스 메시지’와 상품 추천 솔루션 ‘블럭스 레코멘데이션(Blux Recommendation)’의 기존 연동 문서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1인으로 진행했어요. 기존에 아쉬운 점들이 꽤 많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제가 맡게 됐죠.
피터: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나요?
테오: 가장 불편했던 건 연동 문서를 PDF 파일로 주고받아야 했다는 점이었어요. 파일 다운로드 과정이 번거롭기도 했고, 최신 정보를 반영하기도 어려웠죠. 그래서 웹 링크 하나만 전달하면 해결될 수 있도록 ‘웹 기반 연동 문서 페이지’를 구축했어요.
피터: 그럼 이제 따로 파일을 주고받지 않아도 되는 거네요?
테오: 네, 그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연동을 담당하는 소수의 엔지니어만 문서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었는데, 이번 개선을 통해 코드 기반 문서로 바꿔서 모든 엔지니어가 직접 확인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피터: 그럼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더 편리해졌겠군요.
테오: 맞아요. 기존에는 클라이언트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해서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웹 페이지에서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꼭 봐야 할 문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어요.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가 서비스 종류와 연동하려는 제품만 선택하면 관련 문서가 빠르게 찾아지는 식이죠.
피터: 듣기만 해도 훨씬 직관적이네요. 그럼 지금은 다 완료된 상태인가요?
테오: 초기 구축은 완료됐어요. 앞으로 블럭스의 제품이 수정되거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연동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계속 개선해 나갈 예정이에요.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관리할 계획입니다.
피터: 블럭스의 엔지니어 문화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테오: 여러 문화가 있지만, 저는 ‘페어 코딩(Pair Coding)’을 정말 좋아해요. 페어 코딩은 두 명의 엔지니어가 하나의 노트북을 함께 사용하면서 같은 코드를 개발하는 방식인데, 이걸 좋아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예요. 한 명의 엔지니어와 밀도 높게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요. 단순히 코드만 짜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배우는 게 많거든요.
두 번째 이유는 상대 엔지니어의 사소한 습관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페어 코딩을 하다 보면, 상대가 코드를 작성하는 작은 습관이나 사고 과정이 보이는데 이게 정말 흥미로워요. 아무리 메타 인지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기 습관을 객관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페어 코딩을 하면 그런 사소한 의사 결정 과정을 직접 보면서 배우게 돼요.
피터: 엔지니어마다 코드 짜는 스타일이 다르니까, 그런 걸 공유하는 게 좋은 영향을 주는 거군요?
테오: 맞아요! 앞서 말했듯, 엔지니어는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코드 몇 줄을 수정해 버그를 고치기도 하고, 때로는 수백 줄의 코드를 추가해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기도 하죠. 저는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의 사소한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계의 초침 하나를 움직이려면 수십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엔지니어가 작성하는 한 줄의 코드도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습관과 사고방식의 결과예요. 저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곧 좋은 엔지니어링 습관을 가지는 일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페어 코딩을 통해 이런 습관을 공유하고, 제가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습관들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 정말 가치 있다고 느껴요.
피터: 협업 과정에서 팀원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혹시 본인만의 소통 방식이나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테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말과 글은 언제든 더 최적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있고,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소통을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로 바라보는 편이에요.
특히 저는 ‘소통’과 ‘조율’을 동일한 개념으로 봐요. 소통이라는 건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잖아요. 저는 이 전체 과정을 조율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요.
피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신경 쓰세요?
테오: 구체적으로 신경 쓰는 점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목적을 명확하게 조율하는 것이에요. 내가 어떤 말을 하든,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내가 이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하려고 노력하죠. 목적이 분명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고, 논의가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가정’, ‘문제’, ‘해결책’을 구분해서 말하는 것이에요. 어떤 논의를 할 때 가정과 문제, 그리고 해결책이 뒤섞이면 상대방이 정확히 무엇을 논의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건 내가 가진 가정이고, 이게 문제이고, 그래서 나는 이런 해결책을 제안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구분해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이렇게 하면 상대방도 논의를 더 쉽게 따라올 수 있고, 논점이 흐려지는 걸 막을 수 있어요.
피터: 실제로 소통 방식에서 신경 쓰는 디테일한 부분도 있나요?
테오: 네, 최근에 엔지니어팀의 리더인 네오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한 가지 더 신경 쓰게 된 부분이 있어요. 특히 ‘텍스트로 소통할 때, 위에서 아래로, 밖에서 안으로 읽을 때 걸림돌이 없도록 구성’하는 거예요. 글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도록 하면, 상대방이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소통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어떤 순서로 배치할지’, ‘어떤 흐름으로 전달할지’까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팀원들과 더 좋은 소통을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피터: 블럭스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성취는 무엇인가요?
테오: 세 가지가 떠오르네요. 첫 번째는, 제가 블럭스에 들어오면서 꼭 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모든 팀원과 커피챗을 하는 것이었죠. 블럭스가 어떤 팀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직접 대화하면서 알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입사하고 3주 만에 모든 팀원과 커피챗을 완료했어요.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내가 누구인지 알릴 수도 있었고, 팀원 한 명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거든요.
두 번째는, 연동 문서 페이지를 새롭게 완성했을 때였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직접 맡아서 진행했어요. 모든 코드를 제가 직접 작성했고, 첫 번째 커밋을 올리는 순간이 정말 기분 좋았어요. 그리고 결과물을 봤을 때 경쟁사들의 연동 문서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농담으로 얘기하자면 이 연동 문서 때문에 계약을 포기하는 클라이언트는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죠. 😄
마지막으로, 조직 문화 재정립 프로젝트를 발제하고 시작하게 된 순간이에요. 저는 평소에도 팀원 간의 정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사람들이 어떤 ‘가정’을 바탕으로 논리를 세우는지가 핵심이라고 봐요. 만약 각자가 서로 다른 가정 위에서 논리를 세우면, 결국 협의가 어려워지거든요.
그런데 조직 문화라는 건 일종의 ‘공통된 가정’ 역할을 해요. 모든 팀원이 그 가정 위에서 어떻게 일할지를 결정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블럭스에서 기존 조직 문화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모든 팀원의 찬성으로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시작된 순간이 가장 뜻깊었어요. 또, 이 과정에서 블럭스 팀원들이 저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해요.
피터: 확실히 테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그대로 반영된 순간들이네요.
테오: 맞아요. 그리고 소소한 걸 하나 더 꼽자면, 최근 워크숍에서 조엘이 저한테 ‘굴러온 복덩어리’라고 했던 순간도 꽤 기분 좋았어요. 😏
피터: 본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테오: 저는 성장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방법이 있어요. 모든 성장은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해요. 첫째가 관찰, 둘째가 기록, 셋째가 회고, 그리고 마지막 넷째가 메타 회고입니다. 이 네 단계가 반복되면서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어요.
특히 저는 관찰과 기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령, 우리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떠올리기 어려운 이유는 사실 남아 있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에요. 누가 저에게 ‘오늘 하루를 잘 보냈나요?’라고 질문하면 막연하게 대답하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기록해 두면 자신을 돌아볼 근거가 생기죠.
피터: 맞아요. 지나고 나면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들이 많죠. 그럼 테오만의 특별한 기록 방식이 있나요?
테오: 제가 고수하는 방식이 몇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감탄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감탄을 자주 하면 자연스럽게 관찰력이 생겨요. ‘와, 이거 진짜 잘 만들었다!’ 같은 감탄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왜 좋은지 분석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는 ‘투두리스트(To-Do List)’ 대신 ‘디드리스트(Did List)’를 작성하는 것이에요. 보통 할 일을 리스트로 정리하지만, 저는 ‘오늘 실제로 한 일’을 기록해요. 단순히 ‘A 작업을 했다’가 아니라, A를 하기 위해 어떤 세부 작업을 했는지, 혹은 업무 도중 예상치 못한 방해 요소가 있었는지까지 적어요. 예를 들어,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어서 흐름이 끊겼다면, 그것도 중요한 데이터가 되죠.
매일 아침, 전날 작성한 디드리스트를 보면서 ‘회고’를 하고, 그 회고에 대한 ‘메타 회고’도 해요. 이를 통해서 그냥 ‘이랬구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패턴이 반복되면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단순히 경험을 쌓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어요.
피터: 꾸준히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매일 성장하려는 이유가 있나요?
테오: 저는 호기심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 같은 태도야말로 성장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죠. 반대로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라고 생각하면, 성장 자체가 지루할 틈이 없어요. 한 천 년은 넘게 살아야 제 모든 호기심이 충족되어 지루함을 느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끊임없는 호기심을 원동력 삼아 계속해서 나아가려고 해요. 당연히 블럭스에서도 매일 이 방식을 적용하며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피터: 매일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무척 쉽지 않은 일인데요. 그럼 반대로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나요?
테오: 사실 저는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건 실패야’라고 단정 짓는 일이 거의 없어요. 다만, 어떤 일이 잘 안됐을 때 ‘이게 정말 실패한 걸까?’라고 생각해 보는 순간은 있어요.
보통 실패에 집착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결과를 목표로 삼고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결과보다 ‘이 과정이 나에게 정말 재미있는가?’, ‘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는가?’ 등을 더 중요하게 봐요. 만약 처음부터 이 일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실패에 대한 낙관조차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대신 내가 과정 자체를 충분히 즐겼다면,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크게 낙담하지 않아요. 그저 그 과정에서 기록하고, 회고하면서 성장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피터: 실패보다 그 과정에서 뭘 배웠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거네요?
테오: 그렇죠. 그런데 사실 저는 실패에 대해서 낙관하지 않다 보니 무턱대고 실행하는 걸 잘 못하는 편이에요. 😅 제 안에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오히려 ‘실패할까 봐 시작도 못 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큰 실패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피터: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테오: 제 안의 완벽주의가 발동해서 실행을 미루거나 고민만 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저는 ‘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는 실패’가 더 두렵다고 느껴요. 그럴 때마다 제게 큰 용기를 주는 조력자들이 있어요.
첫째는 저를 아껴주는 가족과 여자 친구입니다.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제가 도전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에 큰 도움이 돼요.
둘째는 근력 운동입니다. ‘못 들 때까지’ 들어 올리는 것이 헬스의 기본이잖아요? 덕분에 실패의 감각에 무덤덤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는 마이클 투히그(Michael P. Twohig)가 쓴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입니다. 제가 정말 애정하는 책이라, 지인에게 추천해서 판 것만 7권일 정도예요. 블럭스에서도 모니터 바로 옆에 두고, 용기가 부족할 때마다 펼쳐 읽곤 합니다.
피터: 혼자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이 주는 영향도 크잖아요. 테오는 어떤 동료와 함께할 때 가장 즐겁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테오: 예전에는 함께 일할 동료에 대해 이런저런 조건을 많이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완벽주의를 많이 내려놓은 상태라 특별한 기준을 두지는 않아요.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람과 함께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동료란 나와 잘 맞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피터: 그래도 테오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좋은 동료’의 기준이 있다면요?
테오: 굳이 꼽자면, 저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사람과 그 성장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이상적인 동료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는 걸 멈추지 않는 사람과 일할 때 가장 즐겁다고 느껴요. 성장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나누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 성장 과정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투명하게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서로에게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가장 의미 있는 협업이 가능해요. 저는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동료와 함께할 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피터: 블럭스에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실현하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요?
테오: 저는 블럭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어요. 이전까지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저는 항상 스타트업 씬에서 처음부터 함께한 동료들과 일해왔어요.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환경이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나에 대한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과도 잘 일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컸어요.
그래서 블럭스에 합류할 때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일해보자’라는 게 하나의 도전 과제였어요. ‘과연 나를 잘 모르는 팀원들과 협업할 때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와 같은 생각들이요. 그리고 블럭스에서 일하면서 그 궁금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됐어요.
피터: 새로운 환경에서도 충분히 잘 적응하고, 좋은 협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거네요?
테오: 맞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걸 더 이어 나가고 싶어요. 새로운 팀원들이 블럭스에 합류할 때 저도 똑같이 좋은 관계를 맺고, 함께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경험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이건 소소한 바람이지만, 저한테는 꽤 중요한 목표예요.
그리고 조금 더 원대한 목표를 말하자면, 블럭스가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잖아요? 블럭스가 BEP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기여하고 싶어요.
피터: 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분명 많은 배움과 경험이 쌓일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할 블럭스 팀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테오: 블럭스에 들어온 이후로 제 여자 친구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요즘 일하는 게 정말 재밌나 보다. 항상 퇴근하고 와서 웃고 있더라.”
저를 오래 본 사람이라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채더라고요. 그리고 돌이켜 보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블럭스에서 일하는 시간이 즐겁고, 하루하루가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블럭스에서 계속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팀원들 모두에게 감사해요. 덕분에 저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과정 자체가 정말 즐겁다는 거예요!
앞으로도 팀원들과 즐겁게 협력하며 의미 있는 일들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오늘 인터뷰를 하면서 블럭스에서의 4개월이 참 찬란했음을 실감했어요! 인터뷰 준비해 주신 피터, 도와주신 팀원들, 그리고 인터뷰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글쓴이 고신용(Peter) 블럭스 Brand Communication Lead 콘텐츠로 브랜드를 만드는 전문가입니다. |